하도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온 여행인지라, 어제 본 오로라가 꿈 속에서도 머리 위를 아른 거립니다. 물론 아침 현재도 밖의 기온은 차지만, 어젯밤 하늘에서 춤을 추는 푸른 빛깔과 몸속까지 전해오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눈까지 시린 기온, 모든게 어우러진 그 느낌들이 지금 이불 속 온기와는 상반되어 더욱 더 생생히 전해오는 듯 합니다. 자, 오늘은 또다른 신세계를 만나러 갑니다. 눈위에 펼쳐진 광야를 썰매에 몸을 실어 질주하려 합니다.
맛있는 북유럽식 아침 부페로 또 다시 배를 든든히하고 호텔 앞을 나오니, 미니 버스가 한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버스는 우리 일행을 태우고 개썰매장으로 향합니다. 버스 창 밖에 보이다시피 이쪽 북극지역의 도로는 보통 눈길입니다. 그러나 차들은 위태롭게도 약 80키로 정도로 생생 달리네요. 현지 가이드한테 물어봤더니, 여기 트롬쇠에서는 동계기간에 스노우타이어 (일반타이어에 작은 쇠스파이크가 달려있는 형태) 설치가 의무화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겨울이 되기 전에 각자 교체를 하고 운행을 해야 한다네요. 또한 기온이 낮다 얼음이 되기 보다는 눈이 압착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얼음처럼 미끄럽지 않다고 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지역 특성상 모든 주민들이 운전면허를 볼 때, 기본 시험 코스 이 외에 눈길에서 미끌어지는 체험을 하게 한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기름 위에서 미끄러 진다고 하네요.
설명을 들으며, 약 30분 정도 이동을 하니 개썰매장이 눈앞에 들어옵니다. 약 60마리의 개가 살고 있으며 관광을 통한 수입으로 운영되고는 있느나, 이 개썰매장은 오랜 역사 속에서 부터 내려오는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보존과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라는 사명 아래, 어떤 관광상품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삶의 일부를 보여 주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으며 일하는 직원분들 모두 다,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Porche라는 귀여운 개 한마리라 우리를 마중합니다. 모든 개들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각 개집에 개의 이름이 달려 있습니다.
먼저 체험을 진행하기 전에 안내 직원이 개의 습성, 개썰매에 대한 여러 정보와 개썰매장에 대한 안내를 친절히 해줍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 모두가 그냥 이 개썰매라는 부분에 녹아 있는 듯하는 느낌을 줍니다. 개들이 그들의 일부고 삶이고 가족인듯 굉장히 애뜻하게, 꼭 자식처럼 보살펴 주고 있었습니다. 개들이 컨디션이 안좋으면, 휴식을 주고 심할 경우는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잠깐의 설명이 끝나고, 안내원은 우리 일행을 탈의실로 데리고 갑니다. 영하 20도를 육박하는 날씨에 빠른 개썰매를 타야하니, 대략 중무장을 하고 간 옷 위에 보이는 원피스 방한복을 또 입습니다. 물론 행동이 둔해지나, 이렇게만 입고 몇일을 밖에서 활동해도 될 듯 만큼 따뜻합니다. 신발도 방한부츠로 갈아 신으니, 추위와 눈은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네요. 다음 일정들에도 나오지만 모든 외부 체험일정은 저런 방한복을 입고 진행됩니다.
자, 이제 든든한 옷을 갖춰 입고 개썰매를 타러 나갑니다. 우선, 개썰매를 조종하는 가이드 한분과 각각 2명이 한조가 되어 썰매를 배정 받고 탑승합니다. 개썰매는 굉장히 유연한 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주행이 요철등에서도 부서지지 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옛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네요. 또한 썰매를 조종하는 직원분을은 각자 맡고있는 개들과 같이 생활하며 교감하고, 출발 전에 모든 개들의 발을 하나씩 들어 확인하고 컨디션을 최종 점검합니다. 단순히 복종을 요구하는 어떤 지배자의 모습이 아닌 서로 오늘 하루 잘 부탁한다..... 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오전 9시 30분쯤) 드라이버의 힘찬 구령과 함께 개들이 거침없는 질주를 하기 시작합니다. 눈이 좀 녹고 다시 얼어 바닥이 다소 딱딱했으나, 개썰매가 충분히 완충작용을 해주었고 마치 원시인이 되어 북극곰을 사냥하러 나가는 느낌이 드네요.
일행을 태운 개썰매들이 줄지어 이동을 합니다.
뒤에서는 잘 따라오나.......
유독 질주 본능이 있는 개들입니다. 원래 사나운 종이라 태어나서 부터 일정기간 사람과 친해지는 기본 훈련을 받고, 약 1년뒤에 개썰매를 배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요즘 많이 알려져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 종이긴 하나 순수 혈통은 아니고 잡종 또한 있습니다. 간혹 두눈의 색깔이 각기 다른 개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개들이 지칠 때면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합니다.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운행을 끝내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중무장한 덕분에 추울 겨를이 없네요.
운행을 무사히 마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해준 개들과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두 마리 개의 눈이 참 대조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마리의 개의 눈이 각기 다른 놈도 있었습니다. 참으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이었습니다. 직접 운전해 보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오랜동안 자연과 함께 해오면서 동물들을 이용하였고, 그들과 동지가 되어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는 않지만, 눈빛으로 소리로 서로 교감하면서 가족처럼 돌보며 공존할 수 있는 그 현장을 보면서 이들 모두가 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삶을 풍요롭게 행복하게 보내는 듯 했습니다.
사진속의 새끼 강아지는 약 8개월 정도 됐으며, 곧 썰매을 끄는 막중한 임무를 시작합니다. 사나운 얼굴이 대반 가졌지만, 순하고 정말 귀엽네요.
운행을 마치고, 막사 안에서 따뜻한 차와 스프를 제공합니다. 추운 기온 탓인지, 편안하고 아늑하네요.
개썰매장은 숙소도 제공합니다. 보이는 저곳은 좀 더 특별한데요, 이곳에서는 신혼 부부들이 와서 묵곤 한다고 하네요. 막사가 많이 구비 되어 있진 않지만, 한 겨울에 넓은 설경을 배경으로 하루 정도 아늑한 밤을 지내기엔 너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실내 내부는 옛 것을 그대로 옮겨와 털가죽을 덮은 더블침대가 있으며, 자체 난방으로 따뜻한 밤을 지낼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습니다. 럭셔리 고급 호텔은 아니지만, 가장 자연에 가까이 위치한 어느 공해도 없는 곳에서의 하룻밤은 오랜 추억을 남겨줄 것 같네요.
전체 일정에 일부였지만, 모든 것이 새롭고 특히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많은 추억거리를 남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항상 빡빡하고 탁한 도심 속에서 생활하다가 이토록 맑고 개운한 자연에서, 특히 머나먼 북극에서의 썰매타기라는 걸 되새겼을 땐 신비로운 세계를 오로라에 이어 다시금 체험한 느낌 이었습니다. 왠지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 하루도 머리 속에 영원히 간직하려 합니다. 점심식사 후 이제 곧 다음 여정지인 키르키네스 (Kirkenes)로 이동합니다. 또 어떤 세상이 펼쳐 질까요........